소견서
“모두의 꿈이 열매 맺는 서울대의 미래 100년”
저는 총장선거가 각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집단 간의 세 겨루기가 아니라 우리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여 서울대 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하는 매우 소중한 채널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지난 선거에서도 친분 중심의 세력확장식 선거운동 보다는 서울대를 위해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이슈들을 공론화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지혜를 결집하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 3인의 총장후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셨습니다.
재선거라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맞으면서 저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의 상황과 시점에서 요구되는 서울대 총장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울대는 지금까지의 제 삶의 거의 전부라는 걸 다시 절실히 느꼈습니다. 스승님들과 동료, 선후배, 교직원, 학생들을 비롯한 서울대 모든 식구들의 사랑과 격려 덕분으로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서울대학교가 자녀에게 무한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재선거 출마여부를 고민하다가 저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자식이라면 당연히 어머니를 돌봐야 하고 가족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데에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서울대학교로부터 받아온 무한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시대가 이미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이 매우 높아졌고 윤리적 민감성과 사회적 책임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보다 더 엄격하고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시대적 요청에 응해야 합니다. 교내외를 막론하고 서울대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구성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외부의 압력에 밀려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에너지를 표출할 통로가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더욱 척박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의 서울대 총장은 인품, 학식, 경륜의 모든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대 총장은 대한민국 지성의 상징으로서 국민과 사회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사람의 학자로 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고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학내외 및 국내외 여러 단체들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조직 리더로서의 경륜을 쌓았고 대학 혁신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정한 엄격한 도덕률을 가지고 항상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제 이력서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저는 교수 그리고 학자로서 교육 (100명 이상의 석박사 배출, 총학생회 강의평가 우수강의 선정 등), 연구 (130여편의 SCI논문, 과학기술한림원 및 공학한림원 정회원 등), 국제활동 (국제학술지 편집장 및 편집위원, 석학회원, 국제학회조직위원장, 수석부회장 등), 사회공헌 (공기업 및 정부부처 평가위원, 대학산업기술단 단장, 시민단체 과실연 상임대표, 한국과총 부회장 등)의 활동을 올곧게 해 왔습니다. 또한 저는 학부장, 학장, 부총장 등의 학내 보직경험을 통해 조직의 크기에 따라 학내 행정 메커니즘이 얼마나 크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배웠고 그 과정에서 학생, 직원, 교수를 망라하는 구성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학부장 때부터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비롯한 국제화를 시도했고, 미술대학 디자인 분야와 기계공학의 연계전공 설치를 통한 융합교육을 추진하였으며, 공과대학 학장 때는 의과대학과의 융합연구, 혁신적 공학교육을 위한 창의성센터 설립 등을 통한 초학제적 교육 및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부총장 경험을 통해 대학본부의 업무를 파악하면서 공과대학을 넘어 서울대 전체의 문제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구성원들의 요청에 부응해 산학협력단의 학내 이전, 산단업무의 서비스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창업가정신센터 설립, 기술료수입 배가 등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제가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든 놓치지 않았던 한 가지는 변화와 혁신이었고 그것이 제 자신은 물론 우리 구성원 모두의 꿈과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정말 크고 구성원의 다양성만큼 복잡한 조직입니다. 따라서 서울대는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하면서 새로운 지식가치와 행복을 창출하는 그런 터전이어야 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미래 100년, 건강한 지식생태계”라는 비전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지식가치를 생산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의 역량에 대한 무한한 신뢰의 기반 위에 격의 없고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조율과,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오케스트레이션 리더십을 발휘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총장으로서 제 인생의 마지막 봉사 기회로 삼아 모든 것을 바쳐 우리 모두의 꿈으로 이뤄진 최고의 화음을 내기 위해 진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9/20
이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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