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발전계획서
추락(墜落)을 비상(飛翔)으로 바꿀 새로운 날개를 시급히 갖추어야 합니다.
총장 재선거라는 사상 초유의 혼란과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리더십과 학교발전 전략의 부재, 그리고 위기관리 시스템이 매우 취약한 서울대의 민낯을 선명하게 확인하였습니다. 서울대가 추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유희는 끝났다(Das Spiel ist aus)’라는 시에서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서울대의 날개가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날개를 갖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비상을 위한 새로운 날개는 구성원들의 빛나는 깃털이 모여 완성됩니다.
서울대의 ‘끝없는 나락으로의 추락’을 ‘창공으로의 비상’으로 급반전 시킬 수 있는 새로운 날개는 총장 개인의 특출한 능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구성원들의 하나 된 마음입니다. 우리 구성원은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가장 빛나는 깃털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의 힘을 합친다면 우리는 가장 높은 곳으로 솟아오를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날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 된 마음이야말로 불신을 신뢰로, 일방향을 다방향으로, 획일성을 다양성으로, 그리고 정체를 흐름으로 바꾸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높은 목소리’가 아니라 ‘조용하지만 강력한 실천’을 통해 우리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이끌어 내어 서울대의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겠습니다.
“건강한 글로벌 지식생태계”로 거듭나 새롭게 비상합시다!
서울대학교는 지금 내부적으로는 혁신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확실하게 선도하면서도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검증된 총장이 필요합니다. 서울대학교 총장은 학교발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는 실행자이자 교내 구성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아픔까지도 공감하고 달래줄 수 있는 위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케스트레이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다양성과 집단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되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지는 서울대학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공공적 책무를 다하는 서울대로 변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학문분야가 어우러진 거대한 서울대학교이지만 신뢰와 소통의 기본 에너지가 충만한 지식생태계로 거듭나게 하겠습니다. 모든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추진하겠습니다.
지금이 바로 서울대 미래 100년의 출발점입니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 위대한 역사와 전통이 헛되지 않게, 이번의 위기상황 역시 현명하게 극복해서 서울대 미래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야 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그런데 내부에는 불신과 오해가 팽배해 있고, 외부에서는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매우 차갑고 따갑습니다. 모두 신뢰의 기반이 무너진 결과입니다. 신뢰는 소통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저는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촉매제가 되어 구성원들 간의 전방위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거버넌스 구조와 조직 문화를 혁신함으로써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문화의 단초를 마련하고, 미래 100년 역사를 써 갈 수 있는 주춧돌을 놓고자 합니다.
4년 후 서울대를 이렇게 바꾸어 놓겠습니다.
서울대는 국가와 인류 발전에 공헌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본연의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발전은 결국 배출된 인재들을 통해서 실현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정책들을 차질 없이 실천에 옮겨 국내외에서 활약할 리더들을 배출하는 세계적인 명문 서울대로 만들겠습니다. 4년 후 서울대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세계 각국의 인재들과 교류하며 선도 연구가 이루어지는 국제적 교육ㆍ연구의 플랫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건실한 재정 확보와 자율과 분권 기반의 효율적인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아름답게 정돈된 캠퍼스에서 행복한 매일 매일을 보내는 꿈을 함께 이뤄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 이우일이 우리들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총장은 복잡한 조직의 작동 메카니즘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모든 개별 악기들의 특성을 살려 조화를 이끌어내듯이, 학과나 단과대학을 뛰어넘는 폭넓은 안목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정해진 임기 내에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정 메카니즘을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할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대와 구성원 여러분의 역량을 무한 신뢰하고, 여러분들의 꿈을 존중합니다. 저는 총장을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오로지 우리의 꿈을 실현함에 헌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9/20
이 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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