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하바드대 교수인 Todd Rose의 책 “평균의 종말”을 처음 읽은 것은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에 이끌려서였다. 별다른 기대 없이, 아마존을 통해 책을 구입해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우리 사회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인 교육과 평가에 대한 문제의 근원과 함께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가 되어 왔고, 우리의 모델인 선진국들을 따라하는 것이 발전의 길이라 믿었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문제는 속도였는데, 아마도 “빨리 빨리”문화는 이 과정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턱걸이 하고 있는 요즈음 생기고 있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선두주자가 보이기 않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우리가 선두 그룹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에 신경을 써야할 때가 되었다. 여기에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우리가 이제껏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행동 양식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의 요구는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의 발전은 이 능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게 되었다. 다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획일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두어 달이라도 늦게 걷기 시작하면 불안해한다. 자기 아이가 “평균”에 뒤떨어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학 수능시험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획일적인 교육과 평가의 틀에 사로잡혀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획일적 평균주의의 함정을 지적하고 그러한 개념이 어떻게 정립되었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하바드대 교수가 되었지만 우리가 “평균”적으로 알고 있는 우등생이 절대로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퇴학당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공부해 결국은 하바드대의 교수가 되고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었는데 그 인생 역정은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될 만하다. 저자는 왜 자기가 고등학교 때 문제 학생으로 분류되었는지, 어떻게 공부의 “요령“을 터득하였는지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하며 우리 교육과 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저자가 문제만 제기하였다면 그리 큰 울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점은 통상적인 문제 제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평균주의“에서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예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얼마나 개선해야할 점들이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부수어 버리는 예들은 그 진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중고등학교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한순간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평균보다 늘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위인전에서 흔히 보는 위대한 인물들의 유소년기 스토리는 “열등”과 “실수”로 점철되어 있다. 흔히들 자기 스스로 깨우쳐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야 말로 진정한 학습과정이라고 말한다. 위인전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실제로 우리 시스템은 그 반대이다. 무조건 암기해야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이러한 시스템이 백년 천년 계속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교육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자기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연이다.
고교 중퇴생이 하바드대의 교수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는 미국에서 이렇게 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움과 자책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중퇴생이 일류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인구절벽을 말하며 부족한 생산인구가 가져 올 미래를 걱정한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책입안자들이 앞장서서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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